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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는 있지만, 실행할 수 없을 때

When You Know What to Do But Can’t Do It

최근 한 코칭 세션에서, 한 리더를 만났습니다. 그녀는 지난 한 해, 커리어에서 가장 성공적인 성과를 만들어낸 직후였습니다. 수치는 좋았고, 고객들은 만족하고 있었으며, 외부 기준으로 보자면 모든 것이 잘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녀에게는 앞으로의 청사진도 함께 있었습니다. 앞으로 어떤 비즈니스 모델로 전환하고 싶은지, 왜 그 방향이 지금의 자신에게 더 맞는지—머릿속에는 이미 꽤 분명한 그림이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실행이 되지 않았습니다.

“제가 뭘 해야 하는지는 알아요.” 그녀는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앞으로 나아가지가 않아요. 이걸 시작할 에너지가 남아 있지 않아요.”

그녀의 이야기를 듣는 동안, 한 단어가 반복해서 등장했습니다.

탈진

비즈니스의 전환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가도 다시 그녀는 그 단어로 돌아왔고, 이성적으로는 비즈니스의 방향성이 아주 납득이 되지만, 결국 탈진으로 코칭의 원점이 돌아왔습니다.

그녀의 언어는 많은 것을 말해주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말하는 ‘나’와, 실제로 살아내는 ‘나’ 사이

코칭과 조직 개발 일을 하며 제가 자주 복기하는 개념이 있습니다. 조직 이론가 Chris Argyris와 Donald Schön이 설명한 표방 이론(espoused theory)과 실천 이론(theory-in-action)의 차이입니다.

표방 이론 (espoused theory) 은 우리가 믿는다고 말하는 것, 중요하다고 선언하는 가치, 앞으로 하겠다고 계획하는 방향입니다. 우리가 세상에 보여주는 모습이자, 많은 경우 스스로도 진실이라 믿고 있는 가치이기도 합니다.

반면 실천 이론 (theory-in-action) 은, 우리의 실제 행동이 드러내는 진실입니다. 시간과 에너지를 어디에 쓰는지, 무엇은 가능하고 무엇은 불가능한지—지금 이 순간의 몸과 시스템이 말해주는 ‘현실의 나’입니다.

그 리더의 경우는 이랬습니다.

  • 표방 이론: “나는 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전환하고 싶다.”
  • 실천 이론: “나는 지금 그걸 시작할 에너지가 없다.”

이 두 가지가 어긋나 있을 때, 우리는 종종 스스로를 책망합니다. 의지가 부족해서, 혹은 더 밀어붙이지 못해서라고요.

하지만 이 간극은 결함이 아니라, 정보일 수 있습니다.

실행이 막힐 때, 몸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이 지점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틀이 바로 폴리베이걸 이론(Polyvagal Theory, Dana 2023)입니다. 이 이론은 우리의 신경계가 끊임없이 환경을 스캔하며 안전과 위협의 신호를 감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제로 합니다. 이 과정을 뉴로셉션(neuroception)이라고 부릅니다.

충분한 안전 신호가 감지될 때, 우리는 창의성, 연결감, 복합적인 사고, 그리고 자신의 가치에 맞는 선택을 할 수 있는 상태에 들어갑니다.

반대로 위협 신호가 우세해지면, 신경계는 생존을 우선시하는 모드로 이동합니다. 이 상태에서는 성장을 위한 창의성이나 새로운 시도를 감당할 여력이 줄어듭니다. 대신 익숙한 방식, 이미 검증된 선택, 당장의 생존을 유지하는 일에 에너지가 쓰입니다.

저는 그 리더에게 이렇게 물었습니다.

“요즘 삶에서, 안전하다고 느끼는 순간, 장소 혹은 관계가 있나요?”

그녀는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저었습니다. 딱 떠오르는게 없다고 했습니다.

그 순간, 많은 것이 명확해졌습니다. 그녀의 고갈은 극복해야 할 장애물이 아니라, 지금은 창의적 위험을 감수할 안전 기반이 충분하지 않다는 신경계의 정직한 신호였던 겁니다.

그녀에게 필요한 것은 더 정교한 계획이 아니라, 회복이었습니다.

간극이 말해주는 것

만약 지금 당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는 알지만 실행하지 못하고, 중요하다고 말하는 가치는 있지만 실제 삶에서는 다른 선택을 하고 있다면— 저는 이 간극을 호기심을 가지고 관찰해 보시길 권합니다.

이 간극은 실행력의 부재가 아닙니다. 오히려 지금 무엇이 먼저 필요한지를 몸과 시스템이 알려주는 신호입니다.

아마 제 클라이언트처럼, 창의적 위험을 감수하기 전에 먼저 삶에서 충분한 안전감을 확보할 필요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혹은 전략을 세우기 전에 회복이 먼저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가장 중요한 일은, ‘해야 할 일’을 이루는 것이 아니라, 왜 그것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지, 그것이 지금 당신에게 무엇이 필요한지를 살피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진정한 변화는 여기서 시작됩니다. 더 세게 밀어붙이는 것이 아니라, 더 깊이 귀 기울이는 데에서요.

여러분을 위한 질문

이 글을 읽으면서, “알고는 있지만 실행하지 못했던 순간”이 떠오르시나요? 그때, 당신은 무엇을 하고 싶었지만, 왜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나요?

지금 잠시 멈춰 그때를 떠올려 본다면, 몸이나 삶에서 어떤 신호가 ‘멈추라’고 말하고 있었는지 눈치채셨나요?

이 질문을 통해 한번 성찰해보시고, 여러분의 생각들과 경험을 공유해주세요.

참고문헌:

Argyris, C., & Schön, D. A. (1974). Theory in Practice: Increasing Professional Effectiveness. Jossey-Bass.

Dana, D. (2023). Attuned: Practices for Relating Through the Polyvagal Lens. W. W. Norton & Compa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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