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리더가 되기보다, 친절한 리더가 되셨으면 합니다

회의 자리에서 이런 순간을 경험해 보신 적 있으신가요? 속으로는 망설여지는데, 입에서는 이미 “네”라는 말이 나올 준비를 하고 있는 순간 말입니다. 그때의 “네”는, 정말 공동에 목표에 부합한 선택이었을까요?
저 역시 그런 순간을 자주 마주합니다. 최근 제가 리드했던 리더십 회의에서도 그랬습니다. 선임 리더분들께서 제가 준비해 온 학습 디자인에 대해 몇 가지 변경 제안을 주셨습니다. 그 순간, 몸이 먼저 반응했습니다. 가슴이 살짝 조여 오고, 가능한 한 빨리 동의하고 싶은 마음이 올라왔습니다. 존경하는 분들이었고, 제안도 그 자리에서는 충분히 합리적으로 들렸습니다.
하지만 저는 요즘 이런 순간에 잠시 멈추는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그 멈춤 속에서 스스로에게 묻습니다. “이 선택은 관계를 편하게 만들기 위한 걸까, 아니면 공동의 목표를 이루기 위한 걸까?”
리더십에서 ‘착함’과 ‘친절함’은 같지 않습니다
그날의 제안들은 분명 선의에서 나온 것이었습니다. 다만 우리가 만들고자 했던 학습의 목적과는 조금 어긋나 있었습니다. 저는 먼저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그리고 대화가 이어진 뒤, 일부 제안은 이번에는 반영하지 않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이 세션이 지향하는 목적과 맞지 않기 때문이라고요.
그 말을 꺼내는 순간, 두 가지 감정이 동시에 올라왔습니다. 제 정직의 가치를 지켜냈다는 안도감과, 혹시 불편하게 느끼시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었습니다. 저는 이제 이 두 감정이 동시에 느껴질 때를 하나의 신호처럼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아, 지금 내가 ‘착함’이 아니라 ‘친절함’을 선택하고 있구나 하고요.
왜 우리는 이 지점에서 자주 흔들릴까요
‘착함’과 ‘친절함’을 구분하는 일은 제가 리더로 성장하며 겪은 가장 중요한 전환 중 하나였습니다. 특히 팀을 이끌고 있고, 관계의 균형을 늘 고려해야 하는 분들이라면 더 깊이 공감하실 겁니다.
이 차이를 분명히 느낀 계기가 있었습니다. 주니어 팀과 함께 프리야 파커의 『The Art of Gathering』를 읽던 중, 한 팀원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목적은 논쟁 가능해야 한다는 말이 이해는 돼요. 그런데 저는 자꾸 모두를 만족시키려는 마음이 걸려요.”
프리야 파커는 목적을 모두가 동의할 수 있도록 지나치게 넓히는 순간, 그 목적은 힘을 잃는다고 말합니다. 이 팀원은 그 개념을 이해하고 있었지만, 실제로 적용하지 못하게 만드는 자신의 패턴—사람을 기쁘게 하려는 마음—을 진솔하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저는 제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분명해졌습니다. 착함과 친절함을 혼동하는 순간, 리더십의 기준은 서서히 흐려진다는 것을요.
착함은 긴장을 줄이고, 친절함은 방향을 만듭니다
제가 경험한 바로는, 착함은 당장의 긴장을 완화하기 위한 선택에 가깝습니다. 사실은 “아니요”라고 말하고 싶은데 “네”라고 답하는 것, 모두의 의견을 담으려다 결국 핵심이 희미해지는 것 말입니다. 착함은 빠른 합의를 원하고, 누구도 불편하지 않게 하려 합니다.
반면에 친절함은 속도를 늦추는 선택입니다. 지금 이 사람에게, 이 팀과 이 일에 무엇이 실제로 도움이 되는지를 묻는 일입니다. 때로는 그 정직함이 실망이나 마찰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목적과 기준을 지키는 것, 그 책임을 감수하는 것—저는 그것이 친절함이라고 생각합니다.
착함은 순간적으로는 배려처럼 느껴집니다. 하지만 친절함은 시간이 지나면서 진짜 배려였다는 것이 드러납니다.
친절함은 사람을 성장시킵니다
리더십 초기에,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물을 반복해서 내던 팀원이 있었습니다. 당시의 저는 피드백을 최대한 부드럽게 했고, 잘한 점 위주로 이야기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그녀를 실망시키는 것보다 제가 불편해지는 것이 더 두려웠습니다.
하지만 몇 주가 지나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결국 용기를 내어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분석은 아직 깊이가 부족합니다. 제가 기대하는 기준은 이렇습니다.”
그녀는 잠시 말이 없더니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얘기를 왜 조금 더 일찍 안 해주셨어요?”
그녀의 한마디는 제게 오래 여운을 주었습니다. 제 착함은 그녀를 보호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성장에 필요한 정보를 미루고 있었을 뿐이었습니다. 기준이 분명해지자, 그녀의 결과물은 빠르게 달라졌습니다. 능력이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라, 무엇이 요구되는지 명확해졌기 때문이었습니다.
제가 경험한 친절함의 결과는 늘 비슷했습니다. 명확함, 성장, 그리고 “이 리더는 솔직하다”는 신뢰였습니다.
목적을 지키는 선택이, 때로는 가장 깊은 배려입니다
그 이해관계자 회의에서, 만약 제가 착한 선택을 했다면 학습 디자인은 조금 더 복잡해지고 핵심은 흐려졌을 겁니다. 불편함은 피했겠지만, 참여자와 팀, 그리고 함께 더 나은 결과를 만들고자 했던 리더분들 모두를 충분히 돕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올해 저는 제 리더십의 중심 가치로 진실성, 탁월함, 그리고 배려를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경험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진실성과 배려는 착함이 아니라 친절함을 요구한다는 것을요.
진실성은 공동에 목표에 무엇이 도움이 되는지를 솔직하게 말하는 일입니다. 배려는 그 진실을 감당할 수 있다고 사람을 신뢰하는 일입니다.
리더십은 결국, 어떤 가치를 기반으로 선택하느냐의 문제입니다
제가 깨닫게 된 한 가지는, 착함은 종종 자기 보호라는 점입니다. 갈등을 피하고 싶어서, 좋은 사람으로 남고 싶어서 선택하는 길입니다. 반면에 친절함은 불편함을 감수하고 가치를 드러내는 선택입니다.
리더라면 언젠가 이런 질문 앞에 서게 됩니다. “나는 목적과 기준에 의해 이끄는 사람인가, 아니면 사람을 기쁘게 하려는 마음에 이끌리는 사람인가?”
두 가지를 동시에 붙잡을 수는 없습니다. 제안을 거절할 때마다, 솔직한 피드백을 건넬 때마다, 우리는 조용히 말하고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 호감 상승보다 팀과 일의 목적을 지키는 것을 우선시합니다.”
지금, 한 번만 멈춰 보셔도 충분합니다
이 글을 읽으며 자신을 떠올리고 계시다면—요청 앞에서 몸이 먼저 반응하는 그 익숙한 감각을 느끼신다면—여러분만 그런 것은 아니라는 것을 기억해 주세요. 그리고 이 변화가 급속도로 이루어지 않아도 괜찮아요.
이번 주에는 그저 한 번만 멈춰 보셔도 좋겠습니다. 착해지고 싶은 마음이 올라오는 순간에요.
그리고 이렇게 스스로에게 물어보셔도 충분합니다.
“조금 불편하더라도, 지금 이 상황에서 친절한 선택은 무엇일까?”
리더십은 합의의 편안함이 아니라, 명확함을 선택하는 용기 속에 있다고 저는 믿습니다. 그리고 그 용기는, 연습할수록 자라납니다.
“자극과 반응 사이에는 공간이 있다. 그 공간 안에 우리의 반응을 선택할 수 있는 힘이 있다.” — 빅터 프랭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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